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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가루 된 '한지붕 多레이블'
- 방시혁(왼쪽) 의장과 민희진 대표(사진=하이브·어도어)[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터질 게 터졌다.”엔터테인먼트 기업 최초로 대기업 지정을 눈앞에 둔 하이브가 핵심 성장 동력으로 내세웠던 멀티레이블 시스템에 발목이 잡혔다. 하이브와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갈등 사태로 멀티레이블의 허점과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하이브의 또 다른 레이블인 빌리프랩 소속 걸그룹 아일릿을 저격하며 뉴진스를 베꼈다고 주장했고, 하이브는 민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며 감사에 착수했다. 익명을 요구한 하이브 산하 레이블 관계자 A씨는 “독립 운영을 내세운 멀티레이블 체제가 실제로는 레이블 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경쟁을 자극하는 구조가 갈등의 씨앗이 됐고 결국 터져버린 것”이라고 말했다.◇협업 없는 내부 경쟁… 매출 줄 세우기도“하이브의 멀티레이블 시스템은 특정 아티스트·레이블의 의존도를 줄여 나가고자 각 레이블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레이블 간 경쟁과 협력이 이뤄지도록 설계됐다.”박지원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2월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엔터테인먼트 기업 최초 매출 2조원을 돌파한 비결로 멀티레이블 시스템을 꼽았다. 공정한 경쟁과 협업을 통해 하이브 산하 레이블들이 건강한 경쟁을 펼치며 매출 상승과 음악적 성취를 함께 이뤄냈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현실은 달랐다. 내부 경쟁은 있지만 협력은 없었고, 지나친 독립 운영으로 레이블 간 불통 사태가 촉발됐다. 하이브 산하 레이블 관계자 B씨는 “아티스트 컴백 시 댄스 챌린지를 위한 협조는 있지만, 전사적 차원 혹은 레이블 간 협력이나 협업은 없었다”며 “오히려 외부 기획사와 협업이 더 많을 정도로 멀티레이블이란 말이 무색했다”고 지적했다.하이브 사옥레이블간 매출 줄세우기도 내부 갈등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하이브 국내 레이블의 매출은 빅히트 뮤직(5523억원), 플레디스(3272억원), 어도어(1103억원), 쏘스뮤직(611억원), 빌리프랩(273억원), KOZ엔터테인먼트(194억원) 순이었다. 상대적으로 매출이 적은 레이블은 하이브 내에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좋은 음악이 아닌 ‘잘 팔리는 음악’을 만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 과정에서 타 레이블에서 만든 원천 IP(지식재산권)를 ‘하이브 레이블즈’라는 이유로 거리낌 없이 가져와서 쓰는 경우가 빈번했고, 그 결과 음악과 스타일이 획일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의혹을 결코 가볍게만 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민 대표가 이같은 주장을 할 수 있었던 건 단순한 경영자가 아닌 직접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뉴진스 멤버들의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링 그리고 앨범 콘셉트, 음악, 뮤직비디오, 숏폼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민 대표의 디테일한 손길이 지금의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런 결과물이 민 대표 및 어도어의 동의 없이 차용됐고, 벤치마킹을 넘어 카피 수준에 이른다고 판단해 문제 제기에 나선 것이다. 민 대표의 행동은 뉴진스 제작자로서, 뉴진스의 원천 IP를 지키기 위한 행동인 셈이다.하이브 산하 레이블 관계자 C씨는 “아일릿의 티저가 공개됐을 때 내부에서도 반응이 엇갈렸다”며 “민 대표의 경영권 탈취 의혹에 대해 명명백백 조사해야 하지만, 아일릿의 뉴진스 유사성 의혹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밝혀야 내부 분란이 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아일릿과 뉴진스(사진=빌리프랩·어도어)◇하이브 CEO “멀티레이블 고도화 통해 개선”결국 멀티레이블 시스템은 하이브의 매출 증가 및 외연 확장에 효과적이었지만, 무형 자산 및 개인의 아이디어가 핵심인 엔터업계에 도입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점이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났다. 박 CEO는 사내 서신을 통해 “멀티레이블을 완성해 오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왔지만 이번 사안을 통해 의문을 갖는 분도 있을 것”이라며 “멀티레이블의 고도화를 위해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 것인지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다만 어도어 사태가 하이브의 매출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전망이 지배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멀티레이블 시스템 덕분이다. 특정 아티스트에 대한 의존도가 분산된 만큼 매출 면에서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아티스트 라인업 중 뉴진스가 배제된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올해 매출액 및 영업이익 내 영향은 10%를 밑돌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번 사태가 오히려 멀티레이블 체제의 견고함을 확인하는 기회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초대 우주항공청장에 윤영빈…5월 개청준비 속도낸다
- [이데일리 강민구 권오석 기자] ‘한국판 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항공청의 조기 안착을 이끌 ‘윤영빈 호’가 출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다음 달 27일 경남 사천에서 출범 예정인 우주항공청 초대 청장에 윤영빈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를 24일 임명했다. 우주청 임무본부장에는 존리 전(前) NASA 고위임원, 차장에는 노경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을 내정했다.윤석열 대통령은 24일 우주항공청 청장, 본부장, 차장을 내정했다.(왼쪽부터)윤영빈 우주항공청 초대 청장 내정자, 존리 우주항공청 임무본부장, 노경원 우주항공청 차장.(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번 인사에 대해 항공우주업계에서도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우주개발이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국제적 감각이 있으면서 미래 우주 개발을 이끌 인사들이 필요한데 발사체 전문가, 우주탐사 전문가, 정통관료가 두루 선임됐기 때문이다.이들은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항공 전담 조직인 우주항공청의 조기 안착을 이끄는 중책을 부여받게 됐다. 우주항공청의 입지 문제, 인프라 부족, 국내 인력풀 한계에 대한 지적이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우주항공청이 제대로 자리잡고, 우리나라가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는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차세대 발사체, NASA 근무 경험 갖춘 인사들 선임초대 우주항공청장을 맡게 된 윤영빈 서울대 교수는 액체엔진, 가스터빈 등 발사체 관련 연구를 지난 40여년 간 해온 로켓 추진기관 전문가다. 러시아에 의존했던 나로호부터 누리호, 달탐사사업으로 이어지는 사업 개발에도 참여했다. 특히 차세대 로켓인 메탄을 이용한 로켓 개발을 비롯해 발사체 혁신에도 관심을 보여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품이 온화하면서도 한국연소학회장 등 주요 학회장도 역임해 리더십도 갖췄다는 평가다.윤영빈 교수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대학교수로 있으면서 우주 분야 연구를 했고, 역할도 해왔기 때문에 우주항공청에 관심이 많았다”며 “우주항공인들에게 우주청 개청은 숙원이었는데 우주청이 조기 안착하고, 지속적으로 발전하는데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우주청 임무본부장에는 존 리 전 NASA 고위 임원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NASA에서 뉴밀레니엄 프로그램 관리, 헬리오피직스 프로젝트 관리자 등 주요 보직을 지냈다. 독일, 일본 등과의 국제협력을 주도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국제협력 강화 등에 역할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시니어컨설턴트를 지내는 등 그동안 우주과학분야 국제 협력을 주도해 이번 인선 과정에서 천문 관련 연구자들의 추천을 대거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차장으로 가게 된 노경원 연구개발정책실장은 과기정통부에서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정통 관료다. 나로호 3차 발사 당시 담당 국장도 지내 우주 관련 업무에 익숙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주중 대사관 등에서 근무하며 국제 정세에 밝다는 점도 고려됐다.◇인재 유치는 일단 성공했지만 산업계 활성화, 조기안착 등 과제우주청 주요 보직자 인선이 마무리됐지만 앞으로 인재 수급, 인프라 조성 등의 과제가 남아있다. 앞서 우주항공청은 인재 모집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과 달리 일반 임기제 공무원 채용 경쟁률이 16.1대 1을 기록했고, 과장급 이상 임기제 공무원 채용 경쟁률이 11.7대1을 넘어서면서 일단 흥행에는 성공했다.하지만 안착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주청 안착까지는 3년 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임시 청사에서 소규모 조직으로 출범하는데다 수도권 대비 입지가 불리한 경남 사천에 들어선다는 점에서 인프라 조성, 산업계 활성화 등에 어려움도 예상된다. 지난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하면서 우주항공청이 국회를 설득해 예산과 인력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일각에서는 우주항공청의 주요 역할 중 하나인 산업계 활성화도 과제라고 본다.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을 필두로 여러 기업들이 있지만, 생태계 활성화는 또 다른 과제라는 것이다. 김해동 경상국립대 항공우주공학부 교수는 “우주항공청은 기존 정부 용역 방식 성장이 아니라 미국 스페이스X처럼 산업체에 직접적인 지원을 통해 이들이 성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경남 사천에 우주항공청이 들어서는 만큼 관련 인프라 조성과 인재 양성을 통해 지역 균형 발전에도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국내 우주 스타트업들도 기대감과 함께 우주항공청이 제 역할을 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박재필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대표는 “우주전담기관이 생기면서 그동안 공백이었던 우주산업생태계 측면에서 변화가 있었으면 한다”며 “우주청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을 많이 지원해주고, 이들이 커나갈 수 있는 성장 구조를 만드는 데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 베이징모터쇼, ‘위기와 기회’ 사이 그쯤 어딘가[생생확대경]
-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25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국제 모터쇼인 ‘오토차이나’가 개막한다. 베이징 모터쇼는 사실 세계 유수의 전시회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지는 편이지만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성장한 중국인 만큼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다.중국 장쑤성 쑤저우항의 국제 컨테이너 터미널에 BYD 전기차가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AFP)모처럼 열리는 대규모 국제행사에 중국 현지 준비 작업도 분주하다. 베이징시는 행사 기간인 이달 25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매일 오전 6시 30분부터 12시간 동안 전시회장 인근 교통을 통제하겠다고 나섰다. 베이징 시내의 호텔들은 1~2주 전부터 해외에서 방문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의 숙소 예약으로 빈방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베이징 모터쇼에 참석하는 기업들 면면을 보면 글로벌 자동차 업체인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토요타, 볼보, 혼다 등이 일제히 이름을 올렸다. 포르쉐, 람보르기니, 롤스로이스 같은 슈퍼카 브랜드도 전시 부스를 마련한다. 중국 자동차 판매량 1위에 등극한 비야디(BYD), 처음 전기차를 판매하기 시작한 샤오미를 비롯해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도 총출동한다. 모터쇼 흥행 성과는 세계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월드 프리미어로 평가하기도 한다. 이번 행사는 다국적 기업을 포함해 117개의 최초 공개가 예정됐다. 콘셉트카도 41개가 공개된다.우리나라도 빠질 수 없다. 중국 현지에서는 모터쇼를 앞두고 현대차그룹에서만 1000명 이상의 직원을 보내기로 했다는 소문이 큰 화제가 됐다. 경영진과 연구원, 구매·마케팅·영업팀까지 모두 와서 중국 전기차 시장의 특이점을 찾으라는 이유에서다.삼성전자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참석한다. 삼성전자 DS 부문이 오토차이나에 참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갈수록 성장하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라는 시각이다. 행사 분위기를 보면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중국 자동차 시장이 호황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약간 다르다. 지금 중국의 전기차 시장은 과잉생산과 가격 인하 경쟁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중국 전기차업체들은 ‘누가 더 싸게 파나’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승용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격 인하를 단행한 전기차 모델의 수는 지난해 60% 수준을 넘었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공급이 늘다 보니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다. 중국 내 경쟁에 지친 업체들은 해외로 눈을 돌렸지만 여의치 않다. 전세계적으로 전기차는 아직 이르다며 다시 하이브리드(HEV)로 돌아가는 기업과 소비자가 적지 않다. 중국 한 현지 매체는 유럽 최대 자동차 항구인 벨기에 앤트워프-브뤼해 항구에 팔리지 못한 중국 전기차가 수천대 놓여 있다고 보도했다.베이징모터쇼는 이처럼 전기차 시장이 성장세인지, 아니면 위기에 놓였는지를 가늠하고 있는 시점에 열린다. 전기차 시장이 고꾸라질 수도 있지만 급성장을 이어갈지도 모를 일이다.전기차 위주로 재편한 중국에서 쓴맛을 봤던 우리 기업이 다시 전의를 보이는 것처럼 기회란 잡는 자의 몫이다.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이란 영화 대사가 있다. 각축전이 벌어지는 시장에서 미끄러지면 패배자가 되겠지만 성과를 낸다면 게임 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 아직 답은 없다.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