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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을 바로 세운다"는 법왜곡죄, 오히려 법을 흔드나[현장에서]
-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판사님, 그 판결은 법을 왜곡한 겁니다. 고소하겠습니다.” 만약 법왜곡죄가 시행된다면 법정에서 이런 말이 오갈 수 있다. 불리한 판결을 받은 피고인이나 검사가, 법관을 형사 고소하는 게 가능해지는 것이다. 지난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법왜곡죄는 ‘사실을 조작하거나 법을 왜곡해 판결·처분을 내린 판·검사를 처벌한다’는 취지지만 그 이면에는 사법 독립이라는 헌법 원칙을 뿌리째 흔들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사진=챗GPT 달리◇여론은 찬성, 법조계는 일제히 경고법왜곡죄 도입에 대한 국민 여론은 압도적으로 ‘찬성’이 많다.여론조사기관 ‘여론조사꽃’이 지난 10월 31일~11월 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전화면접조사(CATI) 응답자의 81.6%가 찬성했고 자동응답조사(ARS)에서도 72.4%가 찬성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12·3 비상계엄 이후 진행 중인 내란 재판에 대한 불신, 그리고 과거 불공정하다고 느껴진 재판들에 대한 분노가 쌓여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법조계 반응은 정반대다.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지난 10월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법왜곡죄는 재판과 관련한 불법 행위를 범한 법관을 처벌 대상으로 삼기에 사법부의 독립을 약화시킬 수 있고 권력이 사법부를 장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도 있다”며 반대입장을 밝혔다.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지난 2019년 법왜곡죄 관련 연구보고서에서 “권력에 부역한 사법 관료를 단죄하기보다는 권력이 사법부를 장악·조종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법왜곡죄, 어떻게 작동하나구체적 상황을 그려보면 법왜곡죄의 위험성을 이해할 수 있다.법왜곡죄는 획기적 판결을 ‘법 왜곡’으로 만들 수 있다. 2018년 대법원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일본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한일청구권협정의 대상에 포함되지 아니한다’는 새로운 판단이었다. 당시로선 획기적 판결이었지만 일각에서는 “외교 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법 왜곡”이라는 비판도 나왔었다. 만약 그때 법왜곡죄가 있었다면 판결에 불만을 가진 쪽이 대법관들을 형사고소할 수 있었을 것이다. 법왜곡죄가 존재한다면 법관들은 새로운 법리를 시도하기보다 ‘나중에 고소당하지 않을 안전한 판결’을 택하게 될 것이다.정권이 바뀔 때마다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훗날 2035년 여당이 ‘과거 정권 봐주기 판결’을 문제 삼아 법관을 고소한다. 2040년 정권이 바뀌자 이번엔 야당이 ‘현 정권 편향 판결’을 문제 삼아 고소한다. 극단적인 가정 상황이지만 법관들이 법리가 아니라 정치 지형을 읽으며 재판하게 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배형원(왼쪽)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법제사법위원회 제8차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진수 법무부 차관. (사진=뉴스1)◇“무엇이 왜곡인지 누가 정하나”법왜곡죄의 가장 큰 문제는 ‘왜곡’이라는 개념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는 점이다. 형사처벌 조항은 경계선이 명확해야 하지만 ‘법을 왜곡했다’는 판단은 본질적으로 해석의 영역이다.축구 경기에 비유하면 심판이 오프사이드를 판정한 후 이에 불만을 제기한 팀에서 영상판독(VAR)으로 봐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패배한 팀은 “저 심판이 규칙을 왜곡했다”며 심판을 형사고소할 것이다. 다음 경기부터 심판들은 호각을 불기 전에 “내가 고소당하지는 않을까”를 먼저 고민하게 되지 않을까.재판도 마찬가지다. 증거를 어떻게 평가할지, 법조문을 어떻게 해석할지는 법관의 고유 권한이다. 상급심에서 판결이 뒤집히는 것 자체가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는 방증이다. 이런 해석의 차이를 형사처벌로 다루기 시작하면, 법관 독립이라는 헌법 원칙은 무너진다.법왜곡죄 추진 배경에는 깊은 사법 불신이 있다. 사법계에 대한 불신을 잘못이라고 말할 순 없다. 사법부의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도 타당하다. 문제는 ‘어떻게’다.현행법에도 법관을 견제할 수단은 이미 존재한다. 탄핵, 징계, 손해배상, 직권남용죄 등이 있다. 2017년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당시에도 이 제도들이 작동했다. 진짜 문제는 제도 부재가 아니라, 제도를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한 것이다. 더 강한 처분이나 형벌을 만드는 것보다 기존 제도를 촘촘하게 운영하고 법관 인사와 평가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근본적 해법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분노가 정당하더라도 해법이 위험하다”“판사도 잘못하면 처벌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는 새겨들을 만 하다. 하지만 그 정당한 분노를, 헌법 원칙을 훼손하는 조항으로 풀어서는 안 된다.법왜곡죄는 표면적으로는 ‘나쁜 판사 처벌’이지만 실제로는 ‘모든 판사에게 보내는 위협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새로운 형벌 조항보다는 사법부의 책임성과 독립성을 함께 높일 수 있는 정교한 제도 설계를 우선해야 한다.“법을 바로 세운다”는 명분으로 법의 기둥을 흔든다면, 어떻게 포장해도 좋은 선례가 될 수 없다. 법왜곡죄는 지금 추진 방식대로라면, 법을 흔드는 역설적 입법이 될 수 있다. 국회가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김용민 소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 與 최고위원 3명, 당직 던지고 지선 도전…막오른 예선전
-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현희·한준호·김병주 의원이 최고위원직을 던지고 내년 지방선거에 도전한다. 여당 내 지방선거 예선전 막이 오르면서 권리당원 표심이 희비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정청래(왼쪽에서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최고위원직을 사임한 김병주(왼쪽부터), 전현희, 한준호 의원과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뉴시스)전현희·한준호·김병주 의원은 1일 정청래 민주당 대표에게 최고위원 사직서를 제출했다. 최고위원이 시·도지사에 출마하고자 할 땐 선거일 6개월 전에 사직해야 한다는 당헌에 따른 것이다. 전 의원은 서울시장, 한 의원과 김 의원은 경기지사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이르면 이달, 늦어도 다음 달엔 출마를 공식화할 전망이다.최고위원으로 참석하는 마지막 최고위원회에서 전 의원은 “중앙과 지방이 하나된 국민주권정부를 완성하고 민주정부·정권 재창출을 위해서 다가올 지방선거를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반드시 승리해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국민과 함께한 470일의 시간을 소중하게 간직하도록 하겠다. 진심으로 감사하단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김 의원 또한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며 ”지금까지 그래왔듯 언제, 어디서나, 거침없는 돌파력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선봉에 서는 전천후 수륙양용 장갑차가 되겠다“고 말했다.최고위원들까지 지방선거를 위해 당직을 던지면서 여당 내 지방선거 예선 분위기는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여당이 상대적으로 우세한 수도권에선 이미 여러 주자들이 본선을 향해 뛰고 있다. 서울에선 박주민·박홍근·서영교 의원이 출마를 공식화했고 김영배 의원, 박용진·홍익표 전 의원, 정원오 성동구청장 등도 출마 여부와 시점을 재고 있다. 경기지사론 민주당 소속 현역인 김동연 지사를 비롯해 강득구·권칠승·추미애 등이 본선 후보를 겨룰 것으로 예상된다.본선 후보를 향한 경쟁이 달아오르면서 ‘예선의 예선’도 중요해졌다. 민주당은 경선 참여자가 6명 이상일 경우 조별로 예비경선을 치를 수 있도록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 중이다. 예비경선은 권리당원으로만 치러지는데 이 경우 강경파가 많은 권리당원의 표심이 판세를 흔들 수 있다. 본경선에서도 여론조사와 권리당원 투표가 절반씩 반영된다.최고위원들의 빈 자리가 어떻게 채워질지도 관전 포인트다. 일각에선 지방선거 출마 등으로 최고위원 과반이 공석이 되면 정청래 지도부가 붕괴,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각각 경기지사, 충남지사, 전남지사로 거론되던 이언주·황명선·서삼석 최고위원이 지방선거에 불출마하면서 비대위 전환론은 공상이 됐다.다만 최고위원 보궐선거가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당정 관계 등 여권의 역학은 달라질 수 있다. 정청래 리더십의 첫 시험대가 되는 셈이다. 이번에 사퇴한 최고위원의 잔여 임기는 8개월뿐이어서 원내보다는 원외에서 출마를 고민하는 이들이 많은 걸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등을 거쳐 이르면 다음 달께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실시할 계획이다.
- SKT 넘어 ‘역대 최고액’ 추산…‘정보유출’ 쿠팡 과징금 전망은
-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역대 최악의 고객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쿠팡이 수천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을 위기에 놓였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상 직전 3개 사업연도 연평균 매출의 3%까지 과징금을 부과받는 만큼, 쿠팡의 과징금이 기존 SK텔레콤(017670) 사례(1348억원)를 뛰어넘는 역대 최고액을 기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진=연합뉴스1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와 업계에 따르면 2023년 개정된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법 위반시 전체 매출액의 3%까지 과징금을 부과한다. 전체 매출액은 원칙적으로 법 위반 행위가 있던 해의 직전 3개 사업연도의 매출액을 연평균한 금액으로, 위반과 관련 없는 매출은 제외한다. 구체적인 과징금 부과 비율은 법 위반 행위의 중대성 평가에 따라 정해진다. 쿠팡은 지난해 기준 연매출이 약 40조원에 달하는 ‘유통 공룡’이다. 쿠팡의 지난해 연결감사보고서 기준 매출은 38조 2988억원이다. 쿠팡에서 이번에 유출된 고객 정보 규모는 3370만개로 사실상 모든 고객에 해당한다. 때문에 법 위반 매출 범위도 최소 90% 이상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경우 과징금 규모가 1조원대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개보위는 법 위반자의 부담능력, 자발적 시정 여부, 정보주체 피해 정도 등을 고려해 과징금을 추가 감경 조치하는 만큼, 향후 조단위까지는 나오지 않을 것이란 추측도 있다. 역시 개인정보 유출건으로 곤욕을 치뤘던 SK텔레콤 역시 최대 3700억원 규모의 과징금 부과가 예상됐지만 결과적으로 1348억원에 그쳤던 사례가 있다. 유통업계에서도 향후 쿠팡의 과징금 부과 수준을 수천억원대로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감경이 되더라도 최소 SK텔레콤 과징금 수준은 넘어설 것이란 게 업계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과징금 수준을 예측하긴 어렵지만 전례를 볼 때 1조원대까지 나오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정보 유출의 경중을 따져보면 기존 SK텔레콤의 수준은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이번에 쿠팡에서 유출된 고객 정보는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 배송지 주소뿐만 아니라 일부 주문내역도 포함돼 기존 통신사의 단순한 정보 유출보다 피해 범위가 크다. 고객들을 향한 2차 스미싱, 피싱 등이 확대되며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는 측면에서도 쿠팡을 향한 여론은 점차 악화될 여지가 높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들을 의도치 않게 피싱 등에 노출시키는 것인데다, 유출된 정보가 언제 어떻게 악용될지 모르는 이 불안감 자체가 사회적 비용을 국민에게 전가시키는 것”이라며 “사회적 비용이 기업 하나의 잘못으로 확대된 것인 만큼, 이 문제에 대해선 정부도 책임감을 갖고 더 들여다 볼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더욱이 쿠팡의 경우, 그간 사회적 갈등의 한복판에 있었던 만큼 정부와 정치권 차원에서 본보기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현 정부의 기조가 플랫폼 규제에 쏠려있고 노동자 친화적인 정책에 힘을 쏟고 있는 만큼 쿠팡의 앞길엔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과징금 부과와 더불어 이후엔 3370만명의 피해 고객들에 대한 보상 문제까지 구상해야해 쿠팡은 기업 이미지 추락과 더불어 각종 비용 문제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작은 이커머스 플랫폼도 아니고 정보보호 분야 투자에 적극적인 쿠팡이 이렇게 무너지게 된 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라면서도 “쿠팡의 이번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 사고는 향후 이커머스 업계 전반의 분기점이 될만큼 사안이 크다”고 말했다.
- 李대통령 지지율 54.8%…지난주보다 1.1%P ↓ [리얼미터]
-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전주 대비 소폭 하락한 54.8%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일 발표됐다.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취임 후 처음으로 국가정보원을 방문해 업무보고를 받은 후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신문 의뢰로 지난 24~28일 실시한 11월 4주차 주간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54.8%로 집계됐다.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이 ‘매우 잘한다’고 응답한 결과는 44.1%, ‘잘하는 편’이라고 응답한 결과는 10.6%로 나타났다.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전주 대비 1.1%포인트(p) 하락했다. 부정평가는 전주 대비 0.2%p 상승한 40.7%로 집계됐다. ‘매우 잘못함’은 32.4%로, ‘잘 못하는 편’은 8.3%로 나타났다.리얼미터 측은 “G20 순방외교 성과가 지지율 상승효과를 불러왔고,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 체포동의안 등 정치보복 및 야당 탄압 프레임은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또 “달러-원 환율과 4연속 금리 동결 등 고환율·고금리도 지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봤다.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45.6%, 37.4%를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1.9%p 하락했고, 국민의힘은 2.6%p 올랐다. 이외에도 개혁신당 3.5%, 조국혁신당 3.1%, 진보당 1.4% 순을 보였다.리얼미터 측은 “순직해병특검의 윤석열 전 대통령 기소, 추경호 의원 체포동의안 가결 등이 보수층 결집 계기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한편, 대통령 지지율 조사는 지난 24~28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38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응답률 5.2%,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1.9%p다. 정당 지지도는 27~28일 유권자 1012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응답률 4.5%,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다. 두 조사 모두 무선(100%) 자동응답(ARS) RDD 방식이다. 자세한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강성 지지층에 갇힌 與野…민주주의 위기 겪고도 '심화된 양극화'
-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12·3 비상계엄 1년이 다가오지만 여야는 여전히 서로를 국정 파트너가 아닌 대립·배제의 대상으로 규정하며 ‘포스트 탄핵 정국’을 이어가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22대 국회에서 압도적인 의석 우위를 점하고 있어 협치 유인이 적은 데다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가 여야의 ‘선명성 경쟁’을 더욱 부추기는 상황이다. ◇ 서로 낙제점 준 여야 지지층…대선 투표율도 ‘양극화’ 반영계엄 후 정치적 양극화는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지난 6월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만 18세 이상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선 사후 국민 인식 조사’(웹 조사)에 따르면, 100점 만점 기준인 호감도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은 국민의힘에 14점, 국민의힘 지지층은 민주당에 18점으로 사실상 낙제점을 부여했다. 아울러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재명 대통령 호감도에 대해서도 15점을 부여해 민주당과 유사한 수준의 적대감을 표현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층의 인식이 가장 뚜렷하게 갈린 것은 부정선거 주장에 대한 공감이다. 같은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 10명 중 7명(71%)이 부정선거 주장에 공감한다고 답한 반면,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16%만 공감한다고 답했다. 동일한 정치·사회 현상을 놓고 지지 진영에 따라 사실 인식 자체가 전혀 다르게 형성되면서 정상적인 정책 논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21대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불법 비상계엄을 일으킨 윤석열 전 대통령을 배출했음에도 김문수 후보(41.15%) 득표율이 이재명 민주당 후보(49.42%) 대비 8.27%포인트(p) 차이 밖에 나지 않은 이유를 ‘정치 극단화’에서 찾기도 한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열린 19대 대선에서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41.08%)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24.03%)의 격차는 17%p 이상이었다. 이에 대해 유성진 이화여대 교수는 ‘2025 궐위 대선 누가 왜 보수를 지지했는가’라는 논문에서 “대선의 결과를 토대로 확인된 한국 정치의 심화된 정파적 양극화는 민주주의의 위기 국면에도 유권자의 정치적 인식과 투표행태에 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며 “정파적 양극화는 정치적인 태도와 인식은 물론 행태에서 유권자들을 분열시켰다. 민주주의의 체제적인 위기에도 그러한 분열은 약화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비상계엄이라는 불법행위 자체보다 정파적 양극화가 보수 진영의 표심 형성에 더 우선하는 요인이었다는 얘기다.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탄핵 찬반이 보수 분열로 이어졌지만, 이번에는 탄핵 찬반이 보수 진영 분열로 이어지지 않아 그대로 보수 진영의 대오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특검 수사 규탄대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강성 지지층 잡고 당선된 여야 당대표…극단화 부추겨 여야 모두 이른바 강성 지지층 잡기에 몰두하는 상황은 정치적 양극화를 더욱 부추겼다. 강성 지지층은 선거 및 당원 활동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집회, 후원금, 온라인 여론전 등에서 훨씬 더 유리하다. 중도층 포섭보다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공교롭게도 정청래 민주당 당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 모두 다소 부족한 정치적 기반을 강성 지지층으로 채우며 당선됐다. 이를 위해 정청래 대표는 극좌 성향 방송인 김어준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반대로 장동혁 대표는 극우 유튜버와 적극적으로 손을 잡았다. 장 대표는 당대표 당선 후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만들어낸 승리”라며 당선의 공을 극우 유튜버들에게 돌리기도 했다. 실제 여야 합의가 강성 지지층 여론으로 인해 깨지는 사례도 있다. 지난 9월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대 특검의 수사 기간을 추가 연장하지 않고, 수사 인력도 필요한 인원에 한해서만 증원하기로 합의했다. 대신 국민의힘은 자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 정부가 요청하는 금융감독위 설치법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후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이 특검 합의 관련해 당 게시판 등에 격렬하게 항의하며 김 원내대표 사퇴를 주장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정 대표는 “제가 수용할 수 없었고 지도부 뜻과 다르기 때문에 바로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했으나, 사실상 ‘개혁의 딸(개딸)’ 등 강성 지지자 여론에 물러섰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아울러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겨냥한 ‘위헌정당·내란프레임’ 역시 양극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해석된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지난 9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국민의힘을 겨냥 “위헌정당 해산심판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 언제까지 내란당의 오명을 끌어안고 살겠나”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극단화 가속시킨 극단적 여대야소…“사실상 해법 없어” 22대 국회의 극단적인 여대야소 구도가 오히려 정치 극단화를 가속했다는 분석도 있다. 나경원 의원실이 국회사무처에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2대 국회 상임위 및 소위원회에서 ‘의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원장 일방표결로 의결된 건수가 180건(9월 기준)에 이른다. 21대와 20대 국회에서는 각각 64건, 7건에 불과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2대 국회에서 여야 의석수가 비슷했다면 의회 내에서 싸움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적 대립양상이 지금처럼 심각하지 않았을 수 있다”며 “하지만 지금은 국민의힘이 의석이 여당과 비교해 크게 부족하기에, 소수가 된 국민의힘이 반발과 저항이 더 격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맥락에서 22대 국회는 개원 이후 무려 7번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가 진행됐다. 22대 동일하게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했던 21대 국회 필리버스터가 2회에 불과했던 점을 돌아보면 22대 국회가 얼마나 ‘극단 대치’를 벌이고 있는지 드러난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정치 양극화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엄경영 소장은 “정부·여당은 내란척결, 기득권 교체 등 이른바 ‘포스트탄핵’, ‘적폐청산 시즌2’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주요정치인들이 국민통합을 외치면 달라질 수 있겠으나,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다. 신율 교수 역시 “정치적 양극화는 쉽게 해결할 수 없다. 다만 23대 국회에서 여야 의석수가 비슷해진다면 조금 나아질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 국민의힘, 그리고 중도층의 향배[이택수의 여론 읽기]
-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우리나라 여론조사에는 정당지지도와 함께 응답자의 이념성향, 즉 응답자 본인의 정치적 이념이 보수인지 진보인지를 묻는 자기기입식 문항을 대체로 포함하는데 그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11년 전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이하 여심위)가 출범하고 정당지지도를 포함한 모든 여론조사를 선거 여론조사로 분류하면서 여심위의 관리·감독이 본격화하자 일부 조사기관들이 공표 여론조사에 있어 정당지지도 대신 응답자들의 이념성향을 묻는 문항으로 대신하기 시작했다. 당시 일부 조사기관들이 여심위에 등록하지 않고 발표하기 위해, 즉 각종 간섭과 규제를 피하고자 유행처럼 도입하기 시작했는데 이후에는 자기기입식 이념 성향으로는 유권자들의 정치 성향 분류가 쉽지 않음을 인지하면서 결국에는 이념성향과 정당지지도가 함께 포함된 조사로 진화했다.보수, 중도, 진보는 정치적 입장이나 변화에 대한 태도, 사회·경제적 가치관을 기준으로 이념을 분류하는 대표적 방법으로 보수는 우익·우파라고도 불리고 진보는 좌익 또는 좌파라고도 불린다. 좌익, 우익이라는 말은 1789년 프랑스 대혁명 과정에서 생겨났다. 당시 성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정부에 의해 임시 회의기구가 설립됐는데 회의장 좌측에 ‘썩은 왕권에 철퇴를 내리고 개혁을 통해 프랑스의 자유인권 확립을 제창하자’고 주장하는 세력이, 우측에 ‘일부 필요불가결한 사항에 한해서만 개혁을 단행하고 전반적인 차원에서 현상유지를 고수하자’라고 주장하는 세력이 배치된 것이 좌익(진보적인 세력)과 우익(보수적인 세력)의 어원이 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여론조사에서 보수와 중도, 진보의 분포는 대략 30%, 40%, 30% 비율로 나타난다. 사안에 따라 그리고 정치 시국에 따라 조금씩 변화할 뿐 중도의 비율이 늘 가장 높다. 그래서 선거 때마다 늘 중도층 공략이 중요하다고 하고 실제 중도층을 잡는 쪽이 이긴다.최근 국민의힘 지방선거총괄기획단이 내년 지방선거 후보를 뽑는 경선 룰을 현행 ‘당원 50%, 국민 여론 50%’에서 ‘당원 70%, 국민 여론 30%’ 비율로 바꾸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사실상 민심(民心)보다 ‘당심’(黨心)에 더 무게를 싣는 경선 구조를 고수하겠다는 선언이고 중도 외연 확장을 포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방선거총괄기획단장인 나경원 의원은 “당심 강화는 민심과 단절이 아니라 민심을 더 든든히 받들기 위한 뿌리내리기”라며 “당심이 민심과 다르다는 말은 결국 우리 스스로 당원을 과소평가하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그러자 국민의힘 서울시 당협위원장들이 이례적으로 당의 결정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는데 성명을 통해 “민심을 뒤로한 채 당심을 우선해 후보를 결정하는 방향은 중도층과 무당층이 확대되는 흐름 속에서 우리 당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선택인지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면서 “지금 필요한 것은 딱딱한 내부 결집이 아니라 국민께 다가가는 유연성과 민심 회복임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일각에서는 2024년 총선을 앞두고 고 장제원 전 의원이 ‘100% 당심’을 밀어붙이면서 즉 “윤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민심이다”라는 주장을 한 바 있는데 같은 논리의 2025년판 ‘나경원 버전’이라고 해석한다. ‘100% 당심’이 2024년 총선 참패를 초래했듯 ‘70% 당심’도 2026년 지방선거 참패의 원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지방선거 승리가 진짜로 절박하다면 ‘70% 당심, 30% 민심’이 아니라 반대로 ‘70% 민심, 30% 당심’ 이상으로 민심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특히 서울시장 선거는 지난 대선에서 탄핵 국면임에도 이재명 후보가 김문수 후보를 예상 외로 5.58%포인트의 적은 격차로 신승했기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역전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는 자책골이라는 지적이고 중도층도 대체로 이에 공감할 것이다. 국민의힘은 경선에서 이기고 본선에서 지면 아무 의미가 없는 선거를 또 치를 것인가.